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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독약조항 도입 서두를 필요 없다[중앙선데이 성보경의 M&A 칼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12-11 조회수  861

독약조항 도입 서두를 필요 없다[중앙선데이 성보경의 M&A 칼럼]

 

이명박 정부가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계의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재계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불안정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 또한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국가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결정하는 권한까지 국가공권력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현재에도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법규 및 제도의 신설 또는 개정과 같은 분야는 많은 부분에서 기획재정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법원 등의 국가 권력들이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이번에 상법 개정을 통해 경영권 보호의 명목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한국형 포이즌 필 제도(Poison Pill Plan)도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는 치열하게 영리행위를 추구하기 때문에 우호적인 M&A라 해서 무조건 좋고, 적대적 M&A라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며, 법관이라고 해서 모두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포청천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기업 경영권에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는 법원이 경영권 방어 및 공격에 대한 법률적 결정권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렇게 되면 법원 내지는 판사의 판결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집단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더 많은 불안감이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경영권 분쟁 및 예방적 법률에 대해 내리는 판결은 일반투자가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관점에서 판결을 내리는 성향이 강하다. 그 때문에 포이즌 필에 대한 정당성을 법원이 결정하게 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경영권 분쟁은 법리적 해석만으로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적대적인지 우호적인지를 구분하기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포이즌 필은 독약조항이기 때문에 자율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한다. 대표적인 것이 주주총회의 권한을 이사회의 권한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포이즌 필과 같이 특정 주주나 경영진을 과보호하기 위해 일반투자가들의 피해를 감수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한국형 포이즌 필은 정관에 따라 주주에게 신주인수선택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기존의 정관을 개정하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또는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앞으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신주인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포이즌 필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기업 사냥꾼들이나 사모펀드들이 우량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에 경영능력이 탁월한 전문경영자를 퇴진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무리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상 회사를 높은 가격에 재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대상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단기간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상 기업을 해체하거나 초토화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다. 특히 포이즌 필이 도입되기 시작한 1980년대는 정크본드에 의해 조달된 자금이나 차입매수 자금을 이용한 기업 사냥꾼들의 기업 해체작업이 극에 달해 많은 기업이 초토화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포이즌 필과 같은 조항이 필요하게 되었고, 포이즌 필 조항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포이즌 필이 경영자의 권한 남용과 회사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 시작하고 시장에서는 지나친 보상비용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M&A 거래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기업 사냥꾼들과 소유경영의 개념이 희박한 전문경영자들이 야합해 대상 기업을 초토화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포이즌 필 제도가 도입되면 그 영향력이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소유지배구조의 강화, 기업구조조정, 성장 전략의 선택 등 광범위하게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포이즌 필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유지청구권, 신주발생무효소송,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차별취급의 부적정성을 법원에서 다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장에서는 수많은 주식 가격의 교란행위가 발생할 것이다. 그 때문에 일반주주들은 예기치 않은 투자손실을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법 시행에 앞서 각종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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