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 기업들의 M&A와 해외시장개척 전략(1)
사업다각화 영역을 해외 시장 진출에 초점을 집중하는 지리적 사업다각화로 제한시켜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미디어 기업들은 미디어 콘텐츠의 가치사슬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끊임없이 새로운 배급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의 국가는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로 인해 해외 시장에 대한 진출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해외 시장이야말로 최소한의 비용을 최대한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콘텐츠 생산의 속성상, 초기 비용 이외에 추가 배급에 따른 비용은 거의 소요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대체적으로 콘텐츠 생산과 배급에 사업자산을 갖고 있는 영화, 음악 등의 분야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적합한 편이다. 따라서, 해외 시장 진출과 같은 지리적 시장 다각화는 기본적으로 상품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음악 콘텐츠 이외의 콘텐츠 유형은 해외 수출이 그렇게 쉽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예컨대, 신문이나 잡지 등의 인쇄 콘텐츠는 언어적 장벽이나 속보성 측면에서 해외 시장 진출에서 크게 전략적 이점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케이블 MSO 등의 사업자들도 자본 투자 이외에는 해외 시장 개 척을 통해 크게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자본 진출은 소수의 기업 또는 소수의 금융자본에 의해 추진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Picard(2002)가 제시한 서로 다른 미디어 상품의 수출가능성에 대한 논의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예컨대, 미디어 콘텐츠 중에서 영화가 가장 높은 편이며, 다음으로는 음반, 텔레비전 프로그램, 도서 등의 순서로 수출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잡지와 라디오 프로그램, 신문 등과 같은 서비스는 수출가능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다시 말해, 영화 및 드라마, 만화, 다큐멘터리, 음반 등 정도가 해외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와 특성에 대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미디어 기업들이나 자본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다차원적이다.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해서 이윤 확보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단순한 금융이윤 보다 신규 성장 산업에 진출해 그 이상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해외 시장 진출은 제한된 지리적 시장을 탈피해 기업 자산의 효율적 활용과 기업 행위의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근본적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초대형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주요 해외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글로벌 미디어 기업별 해외자본투자 진출국가를 살펴보면, 각각의 기업별로 큰 편차가 있다. 매출 순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해외 진출 투자 국가의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며, 이러한 지리적 시장 다각화는 각각의 미디어 기업들의 사업부문에 의존한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비방디 유니버설은 총 54개국에 자본을 진출시키고 있어서 최대 규모를 드러내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독일의 벨텔스먼 52개국, 호주의 뉴스 코포레이션 및 영국의 EMI 등이 총 45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들 3개 기업들은 모두 비미국계 미디어 기업이면서도, 음악이나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판 등의 사업 분야에서 중요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초국가 미디어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계 미디어 기업들 보다 비미국계 기업들의 국가간 투자행위가 더 활발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음으로 AOL 타임워너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국가는 28개국, 바이어컴 33개국, 소니 25개국, 디즈니 17개국 등으로 복합 미디어 기업들도 아주 많지는 않지만 대강 20∼30개국에 자본 투자를 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계 미디어 기업들이나 신문이나 케이블 MSO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행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그 수익률이 높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내수 시장에서의 시장 통합 전략에 의한 시장 지배력 증대가 기업 전략적으로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유럽 기업들과는 달리 해외 시장 개척에 비교적 소극적인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해외 시장 개척에 있어서 비교적 수세적인 일본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