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 기업들의 M&A와 사업다각화 전략
미디어 기업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시장개척을 통해 기업이 갖고 있는 경쟁적 이점을 극대화하는 가치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시장진입의 목적은 글로벌 수준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추진하거나, 기업 활동이나 자원을 위해 최적의 장소에서 범위의 경제를 추진하거나, 각 지역에 위치한 사업체간의 지식 교환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각 국의 주요 기업들에게 해외시장 확대 전략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 특히 영화 및 음반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영화 및 음반 콘텐츠 산업의 시장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및 음악 콘텐츠의 비용 회수를 다양한 채널에서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외 시장은 프로그램 콘텐츠의 또 다른 프로그램 유통창구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다양한 출구와 연계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계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독특한 시장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결국 프로그램이나 콘텐츠 산업은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이윤을 확보하는 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영시기를 달리하는 프로그램 창구 확장이야말로 미디어 기업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디어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사업 분야 또는 자산을 재배치하는 것을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사업다각화(diversification)는 상품이나 시장의 범위를 수량적으로 또는 통합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다각화 전략은 다양한 기업자산을 확보하거나 소유함으로써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 범위의 경제를 추구할 경우에 가장 적절하게 활용되는 전략이다. 다각화의 주요 동기는 성장극대화, 잉여경영자원의 효율적 활용, 거래 비용의 감소 등이다. 뿐만 아니라, 위험 회피와 산업성장률 둔화에 따른 상품차별화를 위해서도 다각화가 추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기업의 사업다각화는 속성에 따라 상품 다각화와 국제적인 지리적 다각화(geographical diversification)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상품 다각화는 기업이 갖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확대하는 범위의 경제를 모색하는 방식이며, 지리적 다각화는 내수 시장을 확대해 해외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기업의 매출액의 원천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국내의 경우에도, 방송영상 기업들의 해외 시장 확대 및 상품 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다각화가 최근의 치열한 미디어 경쟁 환경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상파방송 기업들은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거나 기타 위성이나 DMB 등의 플랫폼 사업에 지분을 출자함으로써 콘텐츠의 창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문 기업들은 인터넷 사업이나 기타 방송 등과 같이 지리적 시장에서의 미디어 기업간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교차소유 규정에 대한 검토를 행하기도 한다. 포털 기업들은 경쟁이 증가하면서, 게임이나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한 투자를 행하기도 한다. 방송 통신 융합 환경에서, 통신 기업들은 DMB, 데이터 방송 등과 같은 사업 영역에,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를 위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및 통신 서비스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다.
최근, 해외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은 기존의 방송기업들은 한류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아 시장에, 그리고 KT와 SKT와 같은 통신기업들은 유럽 및 미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체결을 통해 기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류는 국내 드라마 및 영화의 아시아 소비를 극대화시키면서, 새로운 문화산업적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콘텐츠 수출 시장을 활성화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있는 편이다. 통신 기업들 역시, 국내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로 인해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을 모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은 미국 ISP 업체인 어쓰링크와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결정했으며, 이는 국내시장이 음성과 데이터전송 등 각 부문에서 포화상태에 진입한 데다 수익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KTF 역시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권에서 성장성 있는 분야에 신규 진출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미국, 유럽 등의 시장에도 진출하려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사업다각화 전략을 살펴보면, 대부분 소수의 기업들에 의해 미디어 분야의 모든 시장이 통제되는 다시장 전략이 그 핵심적 특성이라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AOL 타임워너, 케이블비전, 디즈니, GE, 트리뷴, 바이어컴 등의 미국 기업들과 벨텔스먼, 뉴스 코포레이션, 소니, 비방디 유니버설 등의 유럽, 일본계 미디어 기업들 10개 기업이 세계 미디어 사업 분야 대부분에 진출해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AOL 타임워너, 디즈니, 바이어컴 등의 복합 미디어 기업들은 신규 영화, 영화 라이브러리,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 지상파 또는 케이블 채널, 스포츠, 출판 등 거의 대부분의 미디어 연관사업에 진출해 있는 것이다.
이들 미디어 기업들의 사업다각화가 갖는 특성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규모 미디어 기업들은 시장지배력을 토대로 다른 기업들보다 더 활발하게 인접 미디어 시장으로의 진출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매출규모도 크고, 현금흐름이 충분한 기업들만이 미디어 사업다각화가 비교적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금융자본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금융자본에 대한 의존 또는 종속은 미디어 기업들의 신규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또한 금융권의 차입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미디어 기업들의 사업 전략 대부분이 금융 자본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다각화 정도가 높은 미디어 기업들일수록 콘텐츠 및 네트워크 등을 구분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가치 사슬 구조가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미디어 기업의 수익률과 다각화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는 쉽지 않지만, 수익률이 좋은 기업들일수록 사업다각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다섯째, 미디어 기업들의 연관사업 다각화는 각 매체의 특성에 따라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컨대, 신문과 방송, 출판과 케이블 등 각각의 미디어들은 시장의 특 성과 집중도, 경쟁 등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환경변화를 수용하고 이에 따라 독특한 방식의 사업다각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 이외에 기타 미디어 기업들의 사업다각화는 국지적 수준에서도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 이후에 국경을 넘어선 국가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유럽 내 초국가 미디어 기업들이 급속히 지역 시장을 통합하거나 독과점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비방디 유니버설이나 벨텔스먼, 스프링어, 보니에, 사노마 등의 미디어 다각화 기업이 포함되고 있는 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국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비방디 유니버설 등의 기업들은 콘텐츠와 디지털 네트워크의 결합을 목표로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주력 사업의 불안정성으로 크게 효과를 확보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 분야에서의 유사한 사업 분야로의 진출, 그리고 경쟁사업자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과점시장 구축 등은 미국의 경우와 유사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기타, 유럽의 영화 및 음악 분야는 이미 소수 다국적 기업에 의해 유럽 시장의 대부분이 통제되고 있는 편이며, 기타 방송이나 신문 등의 콘텐츠 유통도 비교적 이들 기업들을 중심으로 집중된 시장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 유럽, 일본의 주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최근 투자 전략방향을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러한 전략의 검토는 주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규모 및 해외시장 진출의 방향성 등을 살펴보게 한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확대 및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구체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시장의 경쟁구조를 완화시키면서 수익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평적 결합을 확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본적으로 특정 사업 분야의 시장을 과점화하거나 독점화하기 위한 시도를 의미하며, 시장의 범위는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예컨대, 호주의 뉴스 코포레이션은 최근 미국 내의 디렉티비를 인수함으로써 전세계 위성방송 플랫폼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의 위상을 확보했다.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뉴스코프는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미국에서의 배급망 확보 차원에서 위성방송인 디렉TV의 지분 34%를 인수하면서, 전세계 위성방송 시장을 거의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디렉티비, 영국의 BSkyB, 이탈리아의 스카이 이탈리아, 아시아의 스타티비 등을 통해 세계 위성방송 제국을 건설한 뉴스 코포레이션은 사업전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 미디어 시장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사업다각화 전략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데, 콘텐츠 제작과 배급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광고 의존도와 유료 방송 미디어의 자산 비중의 균형 뿐 아니라 현재의 수익형 사업과 미래의 수익사업 등을 적절히 배분하는 놀라운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뉴스 코포레이션은 2천7백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결합한 다양한 채널들을 설립할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콘텐츠/네트워크의 미디어 영향력 집중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라디오 기업인 클리어채널 역시 미국 내 수 많은 라디오 시장의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집중 때문에 비용절감과 수익성을 호전시키는 등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클리어채널은 1996년 개정통신법과 같이 탈규제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되고 있지만, 최근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들이 도입되면서, 라디오 부문의 미래가치는 낮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둘째, 최근의 미디어 기업들의 주요 전략 중의 하나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원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들은 NBC, 후지텔레비전 등과 같이 광고에만 의존하는 사업자로서 광고시장의 하락기에 적극적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특성을 갖는다. NBC는 비방디 유니버설의 영화 부문에 대한 인수합병을 통해 NBC 유니버설이라는 미디어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방송전문기업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 동안 지상파 텔레비전인 NBC의 시청률 경쟁력 및 케이블 네트워크와의 교차 마케팅 성공 등의 장점에다가 영화사업 부문을 추가함으로써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NBC는 뉴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확보한 것 이외에도 텔레비전 및 프로덕션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 배급할 수 있는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일본의 후지 텔레비전은 광고비 하락 및 디지털 전환 비용의 증가로 재무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영화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일정한 성공을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문을 주력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는 가넷 역시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민첩성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최대 신문기업이자, 방송 시장에도 진출해 있는 가넷은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전략을 기반으로, 젊은 세대에 호소하기 위해 인터넷 분야에 대한 투자와 무료 신문 등의 도입을 핵심적인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다.
셋째, 새로운 신규 사업 진출 보다는 과도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산 재조정을 중점적으로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하는 기업들이 있다. AOL 타임워너, 비방디 유니버설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들은 기존의 무리한 인수합병이나 기존 사업의 수익성 하락에 따른 재무구조의 불안정성을 호전시키기 위한 전략에 집중한다. AOL 타임워너는 코미디 센트럴 등의 비전략적 자산을 매각하고, 기업 자산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최근에는 영화 사업 분야로 핵심 사업분야를 재조정하고 있다. MGM 등의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데 본격적으로 진출해 있으며, 뉴라인 시네마 등의 사업부문, 성공으로 현금 흐름이 양호한 편이다. 이와 같이, 재정적 분야의 건전성이 확보되어야만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비방디 유니버설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NBC에 매각한 것 이외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이탈리아 텔레뷰 자산을 매각했으며, 카날 플뤼 테크놀로지 등도 매각했다. 대신 비주력 자산 매각으로 확보된 현금을 바탕으로 시게텔 통신기업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추가 지분 출자를 행하는 등, 기존 사업영역과는 차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넷째, 신규 디지털 컨버전스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으로서, 컴캐스트, 콕스 커뮤니케이션즈 등과 같이 MSO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컴캐스트는 AT&T 케이블 사업부문을 인수한 이후로, 미국 내 최대 규모의 MSO로서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중이다. 디지털 방송환경에서 콘텐츠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근 디즈니 등의 인수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는 네트워크 자산과 콘텐츠 자산을 결합해, VOD와 HDTV, DVR 등의 신규 사업 영역에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이다.
미국 케이블TV망 구축이 지난해 전체 TV보유 가구의 91% 수준에 달하면서, MSO들은 브로드밴드 업그레이드, 디지털 케이블 서비스 제공, 텔레비전 포털, 케이블 전화, 주문형 서비스, HDTV 등의 추가 서비스를 통해 다른 경쟁 네트워크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