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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5,000억원을 초과한 M&A중개시장에 대한 주도권 전쟁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1-15 조회수  655

5,000억원을 초과한 M&A중개시장에 대한 주도권 전쟁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연 5000억 안팎으로 추정되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중개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계법인들까지 시장을 교란시켜 토종 증권사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목표로 종합금융투자 사업자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시장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M&A 부문을 살펴보면 NH투자 삼성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을 빼면 제대로 된 전문팀을 꾸리고 활동하는 곳이 많지 않다" "반면 회계법인들은 수백 명 규모의 거대 M&A 조직을 갖춰 놓고 활동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선진국 M&A 자문실적 순위에서 회계법인들이 순위권에 진입하는 경우가 드문 반면 국내에선 대형 회계법인들이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매일경제 레이더엠이 집계한 M&A 자문 순위에서 EY한영(5) 삼정KPMG(7) 삼일PwC(9) 등 회계법인 3곳이 10위권에 올랐다. 반면 국내 증권사는 삼성증권(6)과 하나금융투자(8)만 겨우 톱10에 진입했다.

특히 주요 회계법인들은 전체 매출에서 M&A 등 경영자문(컨설팅) 부문 매출 비중이 30~40%대에 달해 본업인 회계감사 부문에 맞먹는다. 이는 회계법인 내 우수 인력들이 외부감사보다 M&A 자문 등 경영자문 부문으로 쏠리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국내 회계법인들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덤핑 수주에 나서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회계법인이 M&A 중개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 가능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게 개정안을 내놓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A 중개 업무와 관련해 증권사는 사후에라도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만 회계법인은 이 같은 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의 회계법인에 대한 검사는 주로 회계감리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회계법인들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기준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계법인의 M&A 자문 업무를 막는 명분은 회계감사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는 현행 공인회계사법으로도 충분히 규제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경쟁 업종에서 인식하는 문제로 나온 사안이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형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도 "국내 주요 회계법인의 독립성 규제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며 "투자 매매나 중개 업무를 하지 않는 회계법인이야말로 M&A 자문에 있어 이해 상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M&A 과정에서 직접 자금을 대거나 주선할 수 있는 증권사야말로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장 법안이 시행될 경우 시장 혼란과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M&A 자문 서비스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불편과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M&A 담당 임원은 "기업 입장에선 M&A 자문과 실사 업무 등을 한꺼번에 맡겨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호해 왔는데 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회계법인들의 M&A 자문 업무에 제동이 걸릴 경우 수입이 줄어든 회계법인들이 회계감사 수수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 M&A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중소형 M&A는 지금까지 회계법인이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분야"라면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M&A 활성화를 위해서도 M&A 시장의 저변이 확대돼야 하는데 회계법인의 이 같은 능력을 사장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해외 유수의 글로벌 회계법인과 업무제휴 및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와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에 큰 역할을 해왔는데 공백이 불가피해 빈자리를 외국계 IB들이 독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회계법인들이 감사와 비감사 업무 분사를 통해 독립성을 높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회계법인들의 M&A 자문 업무 참여를 원천 차단하고 금융투자업자 등으로 조건을 제한하는 건 논란이 될 수 있다" "회계법인이 지주사 체제 도입 등을 통해 감사와 비감사 부문을 분리해 M&A 자문 업무를 별도 자회사로 두는 형태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회계법인이 인수·합병(M&A) 자문 업무에서 배제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에 대한 M&A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 법원의 통제 아래 진행되는 법정관리 기업 매각에 대한 자문 업무는 국내 회계법인이 99% 이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들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18일 투자은행(IB)·회계업계에 따르면 팬오션 동양시멘트 동부건설 팬택 등 최근 진행된 주요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매각 자문은 국내 4대 회계법인이 모두 휩쓸었다.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이 쌍용건설 매각 자문을 맡은 것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법정관리 M&A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법정관리 기업의 M&A 자문 수수료는 법원이 정해놓은 수수료율로 거래 규모에 따라 책정되는데 일반 M&A 자문료에 비해 요율이 낮은 데다 경쟁 심화로 회계법인들이 더 저렴한 수수료를 앞다퉈 제시하면서 그마저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진행된 법정관리 M&A 중에서 가장 큰 거래 규모를 기록한 팬오션의 경우 180억원에 팔렸지만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이 받은 수수료는 20억원 남짓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수료율로 따지면 0.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반 기업의 M&A였다면 수수료로 100억원은 족히 받을 수 있었던 거래 규모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회계법인들이 법정관리 기업 M&A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기업 조사와 실사 등 회계법인 고유의 부수적 업무를 함께 진행함으로써 수익과 비용을 맞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회계법인에서 법정관리 기업을 전담하고 있는 한 회계사는 "법정관리 M&A 업무는 수익구조와 비용을 고려했을 때 증권사가 자문을 맡기에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회계법인이 시장에서 배제되면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M&A 업무는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들은 기업 실사를 위해 회계법인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등 수익성 문제에 부딪혀 회계법인의 자문 업무 중단에 따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주장은 정반대다. 수수료를 현실화하고 회계법인과 증권사가 각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다면 증권사가 법정관리 기업의 M&A 자문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회계법인들의 과당경쟁으로 수수료가 크게 내리는 등 시장이 망가진 탓에 증권사들이 진입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수수료율이 현실화되고 시장이 정상화되면 경쟁력 있는 증권사들이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 M&A 업무에 집중된 우수한 인력들이 재조정되면 감사 업무의 품질이 향상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감사 보수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정상화를 위해 신속한 M&A가 요구되는 법정관리 기업들이 시장 재편 과정에서 타격을 입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금융당국 등을 통한 인가·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유형자산 거래뿐 아니라 주식교환 등 증권 거래를 수반하는 모든 M&A 관련 자문 업무를 '브로커(중개인)' 고유 업무로 간주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고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에 가입해야 한다.

 

SEC에 등록된 브로커가 아닌 사람이 해당 업무를 수행 시 법 위반임을 관련법상 명시하고 있다.

 

다만 소규모 기업 거래 등 특정 요건을 충족시키는 거래의 경우 예외를 둬 SEC에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업무를 맡을 수 있게 허용해주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별도 자회사를 둬 SEC 등록 등 정식 절차를 거쳐 M&A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가 M&A 자문 업무를 맡기 위해선 영국 금융당국인 금융감독청(FSA)의 인가가 필요하다. 회계법인과 M&A 전문 브로커들 역시 M&A 자문을 핵심 사업으로 수행할 경우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FSA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경우 '의무공개매수' 제도 때문에 제도권 내 금융회사 위주로 M&A 자문업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특정인이 M&A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나머지 잔여 지분도 모두 공개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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