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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발행주식 1주를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황금주를 만드는 기법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11-25 조회수  671

발행주식 1주를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황금주를 만드는 기법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만드는 것이 정말 그렇게 쉬울까? B변호사가 설명한 싱가포르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방법은 A변호사의 얘기와 거의 일치했다. 필요한 서류는 몇 가지 정도고 회사 만드는 데 하루 이틀이면 되며, 이를 대행하는 로펌 수수료는 1000달러 내외라고 했다. 단 싱가포르에서 회사를 만들 때에는 ‘KYC(Know Your Customer·고객을 파악해라)’ 조항이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내부 규제 사항입니다. ‘KYC’의 핵심은 싱가포르에 들어오는 돈이 불법자금(그는 antimoney라고 표현했다)인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자금의 출처를 따지는 것이죠. 회사를 설립하려는 사람이 테러리스트가 아닌지도 체크합니다. 두 가지 조건에서 결격사유가 없으면 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평범한 개인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온라인상에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수 있다며 사이트(www.offshorebvi.com)를 알려줬다. 이 사이트를 접속하고 깜짝 놀랐다. 이 사이트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영국령)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주는 업을 대행하는 곳인데 인터넷상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게 돼 있었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기본 패키지 1290달러, 포괄적인 방탄(bullet proof) 서비스의프리미엄 패키지 2290달러라고 돼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미 등록돼 있는, 당장 살 수 있는 회사들이 죽 나열돼 있다는 것이었다. 국내 로펌에 소속된 A변호사가회사 명칭이 겹치지 않나 체크하는 시간 때문에 1~2주가 걸리기도 한다고 했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신들이 미리 명칭을 체크해서 만들어 놓은 가상 회사들이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급한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ARG Holdings Limited’ ‘Magnon Corp’ ‘Nobelium S.A.’ ‘Strovolos Square Inc’ ‘TRL Consultant Limited’…. 정체 불명의 회사로 익숙한 유의 이름이었다. 회사 명칭 옆에 ‘Buy Now!(당장 사라)’라는 글자가 반짝였다.

최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하면서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가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전두환(全斗煥) ()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全宰國) 시공사 회장이 지난 2004 7월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최소 6년간 회사를 운영한 정황이 포착돼 이 페이퍼컴퍼니가 비자금의 은닉 창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는 서류 형태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세금을 절감하거나, 기업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만든다.

조세피난처(tax haven)는 법인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국가(또는 지역)를 말한다. 조세피난처는 세제 혜택이 좋고, 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어 기업체에 유리할 수 있으나,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돈세탁용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페이퍼컴퍼니는 대부분 조세피난처에 만들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09 5월에 지정한 조세피난처 국가는 아루바, 바하마, 바레인, 버뮤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파나마, 사모아 등 총 35개다. 하지만 일정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범() 조세피난처까지 합치면 50여개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조세피난처는 대략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 은행업 비밀주의로 무장한 유럽의 범 조세피난처가 있습니다. 또 대영 제국 시절을 기반으로 형성된 영국 영향권 국가들, 이른바 섬나라 계열인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버뮤다 등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독립했으나 여전히 긴밀 관계인 홍콩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미국 영향권의 조세피난처로는 바하마, 마셜제도가 꼽힙니다. 미국의 델라웨어주, 네바다주와 같은 작은 주는 초저(超低) 세금에, 규제가 거의 없는 강력한 비밀주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조세피난처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세피난처의 매력은 세금이 없다는 거죠.

영세율 또는 자국보다 현저히 낮은 법인세가 첫 번째 매력 요소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금 역시 줄여야 할 비용입니다. 탈세(脫稅)가 아니라 절세(節稅) 차원에서 조세회피처가 매력적인 겁니다. 이들 피난처의 대부분은 다양한 형태로 비밀주의를 고수합니다. 자금의 출처에 대한 확인이 일반 국가들보다 느슨합니다. 검은 돈이 몰리는 이유죠. 하지만 이런 국가에는 노련한 변호사, 회계사, 금융가가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의 자문 역시 조세피난처의 매력 요소 중 하나죠.”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2010년 추산에 따르면 작은 섬나라에 있는 금융센터들의 자산은 18조 달러(2경원),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 3분의 1에 해당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는 미국 남부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국령의 섬나라다. 인구는 5만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5대 금융 중심지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인 니컬러스 색슨이 쓴 《보물섬》이라는 책에 따르면 이곳에는 전 세계 8만개 이상의 회사가 있다. () 세계 헤지펀드의 4분의 3이 이곳에 있고, 지난 2011년 기준으로 뉴욕시 전체 은행 자산의 4배가 넘는 19000억 달러(2000조원)를 보유하고 있단다. 메릴린치, 홍콩상하이은행(HSBC), 뱅크오브 캐나다 등 총 270여 개의 거대 보험, 금융회사들이 진출해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류성현(柳成賢) 조세전문 변호사는 지난 2011년 이곳에 다녀왔다.

류 변호사는케이맨군도에 가는 것 자체가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영국령 국가를 방문하려면 필리핀 비자센터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심사 기간만 5~6주가 걸렸다고 한다. 영미권 사람들은 사흘 만에 비자를 받는다. 류 변호사는 인천공항뉴욕 JFK공항마이애미공항케이맨으로 이동했다. 그의 눈에 비친 케이맨의 거리는 잘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한국의 소도시 같았으며, 아시아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이 1층짜리 한건물에 있고, 국회 등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Fidelity), 회계법인 KPMG의 이름이 박힌 건물이 있었단다. 페이퍼컴퍼니를 관리하는 신탁회사 건물이 여럿 눈에 띄었다고 한다. 류 변호사는 한 회사를 찾아가 무작정 변호사를 만났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으로, 영국의 한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였는데 케이맨제도에 파견나와 있었다고 한다. 류 변호사의 얘기다.

법인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00만원, 또 매년 관리 비용으로 그 정도만 들어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회사 설립에서 은행계좌 개설, 정관 작성, 기업 관리까지 모든 것을 해 준다고 하더군요. 가령 회사가 실제로 운영된 것처럼 이사회 기록이 필요하면 현지 로펌 사람들이 페이퍼컴퍼니 이사,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회의록까지 작성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면 사무실조차 없는 회사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변호사들이 다 관리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 회의록이나 이사회 내용은 페이퍼컴퍼니의 실소유주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지요.”

영국 로펌 변호사가 전문적으로 페이퍼컴퍼니 설립 업무만 하는 거군요.

케이맨로스쿨(Cayman Law School)이 있기는 했지만, 페이퍼컴퍼니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국 로펌 소속으로 케이맨에 파견 근무를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케이맨에서는 페이퍼컴퍼니 만드는 것이 정말 아무 일도 아니게 취급됩니다. 저한테도기왕 어렵게 여기까지 왔으니 은행 계좌나 하나 만들고 가라고 했으니까요.”

그 외에 특이한 점이라면요.

“‘황금주 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돼 있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영어로 Golden Share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케이맨에서는 설립이 가능한 법인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얘긴데요.

황금주를 가진 주주가 회사를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회사예요. 황금주 단 한 주를 가진 사람이 자신보다 주식을 아무리 많이 가진 사람이라도, 누구보다 위에서 전권(全權)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이사를 선임, 해고하는 권한부터 회사의 모든 것을 황금주 주인이 할 수 있는 거죠. 탈세 목적이라기보다 특정인이 회사를 마음대로 컨트롤하고자 만드는 회사 같아 보였습니다.” 실제로 그에게 국내의 한 인사가 케이맨에 황금주 법인을 만드는 것을 문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시가총액 4000억원의 법인을 운영하는 K대표는 주위에서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이를 많이 봤다고 했다. 법조인이 아닌, 사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페이퍼컴퍼니는 어떤 의미일까. K대표의 얘기다.

사업가 입장에서 조세피난처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법인세가 적거나 아예 없고, 회사를 만들 때 자금 출처를 묻지 않으니까요. 무엇보다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자유로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버뮤다, 케이맨, 홍콩을 보세요. 이들의 얘기는우리나라에 회사만 만들어라. 나는 블랙머니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이잖습니까. 도시국가 형태의 소국에 돈이 몰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는 돈이 들어오는 경우는 많은데, 사업을 하다 보면 갖고 나갈 때 제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인출할 때 규제가 심한 나라에는 돈이 모일 수 없습니다. 케이맨은 돈이 들어갈 때도 묻지 않고, 반대로 돈을 회수할 때도 묻지 않습니다.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장 편한 점입니다.”

페이퍼컴퍼니만 만들어 놓고 비자금을 세탁하거나, 가공(架空) 매출을 하는 등 악용하는 경우가 많잖습니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은 불법(不法)이 아닙니다. 벌어들인 돈을 국내에만 두면 원화 리스크에 대처하기 어려워서 일부러 일정 금액을 해외에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건설·선박회사처럼 몇 달에서 몇 년짜리 프로젝트를 기본으로 사업하는 곳은 페이퍼컴퍼니를 수시로 만들었다가 없앱니다. 물론 이 과정은 국가에 보고를 해야 하지만요. 국내에 적법하게 신고를 했다면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볼 일이 아닙니다. 요즘과 같이페이퍼컴퍼니=탈세라는 유의 분위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서 불법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죠.” K대표는 실제로 미국에 금융투자를 할 목적으로 설립된 케이맨제도의 페이퍼컴퍼니에 외화를 송금한 적이 있다고 했다. 거래 은행에 투자 목적을 밝혔고, 아무 문제 없이 돈을 송금했다.

케이맨제도를 비롯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은 합법(合法)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싱가포르나 홍콩에 관광차 들렀다가 페이퍼컴퍼니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회사를 만드는 것은 자유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나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해야 한다.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 관리에 관한 기본 법률로 1994 4월부터 시행됐다. 외국환거래법 제18조에 따르면 거주자(개인 또는 법인)가 해외에 직접 투자하거나 해외부동산 또는 이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경우에는 외국환은행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외국환은행은 한국수출입은행, 외환은행 등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외국환(外國換·국제간의 채권채무 관계를 금과 외화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결제하는 지정서류) 업무를 하는 은행이다. 또 외국환거래법 제 9-2조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장은 해외직접투자자 또는 신고기관으로부터 받은 보고서 등을 종합관리하고, 정한 기일 내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밟는다면, 당국이 어떤 사람이 어느 곳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는지 전부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관세업무 전문가인 한 로펌 P변호사의 설명이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 단돈 1달러라도 해외로 넘어간 것이니, 해외직접투자로 봅니다. 외환거래법상 외국환은행에 법인을 세웠다는 것과 계좌번호를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기획재정부가 파악하고 있어야 정상적인 절차인데, 여태까지는 관행상 신고를 하지 않아 왔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법에 무지(無知)해서일 수 있고,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용도로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하지 않죠. 신고를 안 한 사람들은 일단 우리나라 외국환 감독 범위를 벗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조세피난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의 용도가 불법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일단 커지는 겁니다.”

관세청에서 근무했던 P변호사는 페이퍼컴퍼니가 악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케이스를 소개했다. “한국에 A사가 해외기업 C사와 일을 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B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듭니다. B는 통상 디렉터 한 명, 감사 한 명이 전부입니다. 감사는 대부분 현지의 외국인 회계사가 맡습니다. 한국의 A사에서 B사를 통해 C사에 물건을 팔고, C사에서 B사로 대금을 지급했습니다. 그 뒤에 B사가 A사로 돈을 이체하지 않고, 그대로 B사에 두면 문제가 됩니다.”

어떤 문제인가요.

외국환거래법 7조에 따르면 자본거래 또는 행위에 따른 대금 지급은 1 6개월 이내에 회수돼야 합니다. C사로부터 받은 돈이 계속 B사에 있으면 우선 외국환거래법 위반입니다. 들어올 것이 안 들어오면 특정경제가중처벌(이하 특경법)에 의해서 국외 재산도피가 됩니다. A사가 B사로부터 정상적으로 입금 받았으면, 사업 이익분에 따라 법인세를 내야 하는데 그걸 누락했으니 조세포탈입니다. 여기에 A사의 오너 경영인이 연관되면 범죄는 더욱 커집니다. 페이퍼컴퍼니인 B사의 돈이 A사 오너의 차명계좌로 들어온다고 치죠. A사의 오너가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면 페이퍼컴퍼니가 불법 자금세탁용으로 사용된 것이고, 오너가 A사에 지시를 한 셈이니 오너에게는 배임·횡령죄가 적용됩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악용한 것이 밝혀지면 적용되는 법이 많군요.

외환거래법 위반, 특경법, 조세포탈에 오너 경영인의 배임·횡령까지 줄줄이 걸립니다. 조세포탈분에 대해서는 세금 징수가 이뤄지고 외환거래법 위반은 과태료, 특경법은 죄질이 무겁게 적용되기 때문에 구속 수감까지 이뤄지는 겁니다.”

P변호사에 따르면 페이퍼컴퍼니의 악용 방법은 다양하다. 국내에 있는 A사가 B사를 통해 해외투자를 한다고 돈을 송금한 이후에 투자에 실패했다며 투자 손실로 처리하는 경우, B사에 가공매출을 일으켜 돈만 파킹시키는 경우 등이다. P변호사는페이퍼컴퍼니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불법 용도로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경영평가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조세피난처에 종속법인을 설립한 대기업은 16, 법인은 281개라고 발표했다. 페이퍼컴퍼니는 선박금융 224, 해양운송 14, 지주회사 18, 투자법인 7, 해외자원개발 법인 3개 등 해운업종이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해운업계는 자신들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으며, ‘페이퍼컴퍼니 설립=탈세라는 공식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해운업계가 만드는 회사는 SPC(Special Purpose Company)인데 SPC 역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페이퍼컴퍼니의 하나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운회사들은 통상 SPC를 설립한 다음에 선박을 취득하거나 빌려서 운용합니다. 해운회사가 SPC를 필요로 해서가 아니라, 금융권에서 SPC를 만들 것을 먼저 요구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배 한 척에 100~2000억원에 달합니다. 한 군데 은행에서 빌려주기 큰 금액이라서 보통 주관은행이 있고, 여러 은행들이 신디케이트(동일 시장에서 여러 기업이 출자해 공동회사를 설립하는 것) 형태로 대출을 해 줍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선박 하나를 담보로 잡고 큰 돈을 내주는 겁니다. 이 선박이 해운사의 자산이 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만일 문제가 생겨 해운사가 돈을 못 갚을 경우에 금융권이 차압을 해야 하는데, 다른 금융들이 한꺼번에 묶여 있으면 우선권을 갖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금융권에서 해운사들에회사와 선박을 떼라고 요청을 하고, 한 선박만 있는 임의법인인 SPC를 만드는 겁니다. 해운사는 SPC에 보증을 서는 형태고요. 결국 배 한 척에 SPC 하나씩 있는 셈이죠.”

해운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까.

해운사의 95%는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자기 돈으로 선박을 운용하거나, 선박을 리스해서 운영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리스의 경우에는 선박 소유권이 리스 회사에 있거든요. 하지만 아주 일반적인 관행이고, 전세계에 있는 제도예요.”

이 관계자는 협회에 가입된 해운사들의 대부분은 해당 국가 기관에 적법하게 신고를 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해운회사가 탈세의 온상지로 비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해운사들의 대부분은 파나마에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고, 파나마는 미국이 조세피난처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조세피난처를 다 없애 버리면 아예 이런 문제가 원천봉쇄될 것이 아닌가. 유럽연합(EU)은 각 회원국의 세제 맹점을 이용해 대기업 및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에 분노해 오는 2015 1 1일부터 은행계좌 정보를 공유키로 했다고 한다. CNN머니》는 지난 5 22, 탈세 억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유럽 전역에 형성되면서 국가들의 은행계좌 정보 공유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룩셈부르크와 함께 계좌 정보 공유에 반대했던 오스트리아도 여기에 동참키로 했다는 것이다. OECD는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전 세계 조세피난처를 없애자는 주장을 해 왔다. 세금 탈루에 대한 소식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것이 실효성이 있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보물섬》의 저자인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니컬러스 색슨은 세계 최대의 조세피난처는 미국과 영국이라고 주장한다. 책의 내용 중 일부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정권을 잡기 전에 조세피난처 남용금지법을 공동발의하자 곧이어 역외 로비스트들이 이를 표적으로 활동한 끝에 제거한 것은 이 오래된 전쟁 중 최근에 있었던 소소한 충돌에 불과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국 정부는 조세피난처에 대한 확고한 반대에서이길 수 없다면 같은 편을 하라와 같은 미적지근한 태도로 이동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1980년대 이후 미국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피난처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략)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피난처들은 많은 사람이 추측하는 것처럼 이국적인 야자수로 둘러싸인 섬나라들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인 것이다. 비밀주의 사법 체제를 앞장서서 옹호하는 마셜 랭어가 이랬다. ‘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피난처는 어떤 섬나라라고 말하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섬 이름이 맨해튼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게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조세피난처 역시 섬에 있는데, 바로 영국에 있는 런던이란 도시다.’>

외교부가 지난 7 5일 박주선(朴柱宣)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OECD가 발표한 35개의 조세피난처 중에서 우리나라와 조세정보교환협정이 발효된 국가는 쿡 아일랜드와 마셜제도 두 곳뿐이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코스타리카, 케이맨제도 등 10개국은 조세협정에 가서명을 한 이후 몇 년째 아무 진척이 없다. 조세피난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탈세 도구로 활용했을 경우, 일단 관할권은 관세청에 있다. 관세청 관계자에게조세피난처에 숨겨 둔 자금을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으냐고 물었더니해외 자금 역추적을 통해서 페이퍼컴퍼니가 악용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대다수는 탈세용으로 보입니다. 의심 가는 회사의 계좌 추적을 먼저 합니다. 회사를 압수수색하면 계좌 자료가 파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페이퍼컴퍼니에 넘겼더라도 돈이 나간 흐름이 엑셀파일이든, 이메일상으로든, 쪽지로든 남아 있거든요. 해외 계좌는 검찰이 해외 공조를 통해서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압수수색 후에는 피의자에게 홍콩, 파나마 은행의 계좌 내용을 임의 제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특경법에 의해서 재산의 해외도피는 형량이 높아서 대부분 협조를 합니다.”

사무실에서 흔적이 나오지 않고 피의자가 버티면요.

일단 적법하게 해외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부분부터 추궁합니다. 역외 탈세는 관세청에서, 또 해당 회사의 자금 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자금세탁 및 외화유출 방지기구)에 요청해서 받습니다. 혐의가 포착되면 압수수색 영장 받고 피의자 심문하고, 세금 추징이 필요할 경우에 국세청에 자료를 넘깁니다. 이후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는데, 요즘은 검찰이 먼저 하는 경우가 있죠. 몇십 년 동안 재산도피 사건만 다뤄 와서 대략 감이 옵니다.” 하지만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의 성격을 밝히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이름 밝히기를 거절한 한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의 얘기다.

국내 회사가 케이맨제도에 페이퍼컴퍼니를 가지고 있을 때 과연 자금을 그리로만 빼돌렸다가, 다시 국내로 가지고 들어올까요? 회사가 케이맨 A사로, 다시 A사가 홍콩의 B사로, B사가 벨기에의 C사로 돌고 돌아서 들어옵니다. 조세피난처 국가들과 정보 공유 협정이 거의 맺어지지 않았을뿐더러, 맺은 곳에서 계좌 정보 하나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A에서 D까지 돌고 도는 과정을 전부 추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큰 회사가 이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면서 추적당하게 만들었을까요? 국내와 해당 국가 최고의 법조인, 회계사, 금융권 인사가 모여서 만듭니다. 페이퍼컴퍼니의 탈세 용도, 비자금 창구를 밝혀 내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조세피난처 국가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알 수 없습니다. 조세피난처는 철저하게 로펌과 회계법인, 회사들의 자본주의 게임 룰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조세피난처를 없애자는 것은 가령 우리나라의 사창가를 없애자는 것과 같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쪽으로 비슷하게 뻗어 나갈 겁니다. 나중에 혐의 파악도 쉽지는 않을 거고요. 론스타가 텍사스에서 버진아일랜드 회사, 룩셈부르크, 벨기에를 거쳐 한국으로 자금을 가져왔던 것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사업가는 문득제주도를 조세회피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가 참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어 왜 그런지를 물었다. “솔직히 비즈니스맨 머리를 당하기 어렵습니다. 국세청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사람에게 고액의 연봉을 주고 세법 연구 시키고, 최고 브레인 법조, 금융맨들이 머리를 굴려서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만드는데 당할 수가 없죠. 어차피 조세피난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도 거기에 동참하자는 겁니다. 런던 부동산 값이 파리의 4배예요. 런던이 파리보다 살기 좋아서가 아닙니다. 런던 부동산 취득 세금이 싸서 그런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곳은 제주도밖에 없습니다. 중국인들이 몰리니까요. 아예 제주도에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주고, 조세피난처로 만드는 겁니다.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펀드들이 케이맨, 버진아일랜드 통해서 자금을 들여오지 않고, 그냥 제주도에 페이퍼컴퍼니 만들고 곧장 투자할 수 있게 말입니다.”

제주도를 조세피난처로 만들어서 건전한 외국투자자본이나 기술회사를 유치해야 합니다. 5000평 정도에 건물 몇 개 동을 만들어 놓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의 한 대학에 금융학과가 개설될 것이고, 아무리 페이퍼컴퍼니라도 비서 한 명씩은 둬야 하니 고용이 창출됩니다. 제주도에 회사 가진 외국인이 1년에 한 번씩 놀러오면 호텔, 요식업 경기가 좋아질 것 아닙니까. 제주도를 조세피난처로 만드는 것이 창조 경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조세피난처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적으로 우리도 동참하는 것을 고려할 때라고 봅니다.”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인사, 법인들의 명단이 속속 세상에 알려지자,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 최수현(崔守鉉) 금감원장은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거래 은행 등이 외국환관리법상 신고 및 사후관리를 제대로 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세청, 관세청, 한국은행 등과 협업 체제를 구축했다.

검찰은 해양경찰청이 해상 초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역외 탈세 의혹을 갖고, 중개업체인 대우인터내셔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했던 전재국 시공사 회장에 대해서도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 등이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은 합법이다. 그런데 그 회사를 법에 맞게 운영할 수도 있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사정기관들이 어디든 찾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이에도 일부 페이퍼컴퍼니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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